1박 800만원 '미친 물가'…공무원들 "도미토리서 쪽잠 자요" [관가 포커스]

입력 2024-01-17 22:43   수정 2024-01-19 05:39

“샤워실뿐 아니라 화장실 변기도 남녀 공용입니다. 6인실 도미토리 객실에서 새우잠을 자고 있습니다. 숙박비가 비싸도 비상식적으로 너무 비싸서…”

17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만난 한 외교관이 들려준 얘기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6일부터 3박 5일간의 일정으로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 참석 중이다. 외교부와 총리실 직원 20여명이 한 총리 수행 방문단에 포함돼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다보스는 스위스 최대 도시인 취리히에서 자동차로 2시간30분 가량 걸리는 소도시다. 인구는 1만명 남짓이지만, 매년 1월 다보스포럼이 열릴 때만 되면 전 세계에서 수천 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여든다. 사람은 넘쳐나는데, 호텔 등 숙박시설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매년 1월 말만 되면 숙박비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예컨대 다보스 도심에 있는 3성급 호텔의 1인실 가격은 하루에 8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이 때문에 악명 높은 스위스 물가를 감안해도 ‘미친 가격’이라는 한탄이 참석자들 사이에서 흘러나온다. 이마저도 방을 구할 수만 있다면 감지덕지다. 다보스포럼이 열리는 메인 행사장인 콩그레스 센터까지 도보로 갈 수 있는 호텔은 이미 한두 달 전에 모두 예약이 마감된다.

이 때문에 상당수 참석자는 다보스에서 한 시간가량 떨어진 소도시에서 묵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 경우도 3~4성급 기준 하룻밤 숙박가격이 100만원에 육박한다. 문제는 한 총리를 비롯해 각국 정상급 인사들을 가까운 거리에서 수행하는 직원들은 도심에서 묵어야만 일정을 제때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각국 정상급 인사들의 일정은 이른 새벽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통상 다보스포럼 주최 측은 각국의 정상급 주요 인사들에겐 도심에 있는 호텔을 예약할 수 있도록 해 준다. 하지만 수행원 등 직원들은 스스로 알아서 예약해야만 한다.

이 때문에 다보스포럼이 열리기 몇 달 전부터는 각국 정부의 치열한 숙박 예약 전쟁이 벌어지곤 한다. 특히 공무원들은 국외 숙박비가 직급별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무턱대고 비싼 호텔을 예약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통상 6인실 혹은 8인실 도미토리에서 묵는다는 것이 다보스포럼을 경험한 공무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워낙 방이 없다 보니 사무관·주무관뿐 아니라 1급 차관보들조차도 도미토리에 묵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한 총리도 다보스포럼을 방문하기에 앞서 수행 인원을 최소화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리는 이번 다보스포럼이 다섯 번째 방문이다. 과거 국·과장으로 근무할 때 이런 고충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 총리실 관계자의 설명이다.

문제는 이런 도미토리의 시설이 매우 열악하다는 점이다. 일부 외교부 공무원들이 이번 다보스포럼 기간 동안 숙박 중인 도심의 한 도미토리는 남녀가 샤워실 뿐 아니라 화장실도 함께 써야 한다. 더욱이 샤워실 문 잠금장치조차 고장 났다.

이렇다 보니 샤워하거나 화장실을 이용할 때만 되면 신경이 다들 날카로워진다는 것이 공무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특히 다보스 숙박시설들이 매년 1월에 한탕 칠 생각에만 빠져 노후시설 개조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는 후문이 들린다.

몇 년 전부터 다보스에 우후죽순 들어서기 시작한 에어비앤비가 숙박비 급등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보스 시민들이 본인들은 외곽에서 거주하면서 도심에 있는 자신들의 집을 에어비앤비로 운영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일부 국가 정부나 기업들은 이 에어비앤비를 다보스포럼 기간 도중 현지 사무실로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외교부 관계자는 “다보스포럼은 외교부를 비롯해 모든 부처 공무원들이 기피하는 대표적인 출장 중의 하나”라며 “다보스포럼에 간다고 하면 주변에서 안타까워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다보스=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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